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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루이스_순전한 기독교

2-1장 '하나님'과 경쟁하는 개념들(C.S. 루이스_순전한기독교_2장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믿는가?)

by 마이코 2024. 6. 28.

 

2-1장 '하나님'과 경쟁하는 개념들 

제가 받은 요청은 그리스도인이 무엇을 믿는가에 대해 말해 달라는 것이지만, 그보다 먼저 그리스도인이 믿을 필요가 없는 한 가지를 언급 함으로써 이야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인이라면 '기독교 외의 모든 종교는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다' 고 믿을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무신론자라면 '세상 모든 종교를 지탱하는 중심점은 하나의 거대한 착각에 불과하다' 고 믿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라면 아무 거리낌 없이 '모든 종교는 아무리 괴상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 해도 최소한 진리의 단서를 가지고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가 무신론자였을 때는 '인류 대다수는 가장 중요한 문제에 관해 언제나 잘못 생각해 왔다'고 스스로에게 애써 확신시켜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 되자, 전보다 개방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차이를 보이는 부분에서 기독교는 옳고 다른 종교들은 틀렸다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산수를 할 때 그렇듯이, 맞는 답은 하나이며 나머지는 다 틀린 답 입니다. 
그러나 틀린 답들 중에도 비교적 정답에 근접한 답이 있는 법 입니다. 
인류는 가장 먼저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다수와 믿지 않는 소수로 크게 나뉠 수 있습니다. 
이 기준에서 볼 때 기독교는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 현대의 미개인들, 스토아학파, 플라톤주의자, 힌두교도, 회교도 등과 더불어 다수파에 속하며, 현대 서구 유럽의 유물론자들은 소수파 
에 속합니다. 
이들을 다시 크게 분류해 봅시다.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은 어떤 종류의 하나님을 믿느냐에 따라 한 번 더 나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크게 다른 두 입장이 있지요. 
그 중에 하나는 하나님을 선악의 구분 너머에 있는 존재로 보는 입장입니다. 
우리 인간들은 어떤 것은 선하다고 하고 어떤 것은 악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입장에 따르면 그것은 인간적인 관점에 불과합니다. 
즉, 인간은 현명해질수록 사물을 선과 악 으로 구분하지 않게 되며, 모든 것은 어떤 점에서는 선하고 어떤 점에서는 악하다는 사실과 그 어떤 것도 서로 다를 수 없다는 사실을 더 밝히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우리가 신적 관점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면 이런 구분들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암이 사람을 죽이므로 악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훌륭한 의사도 암을 죽이므로 악하다고 해야 합니다. 
이처럼 모든 것은 관점에 달린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되는 또 하나의 생각은, 하나님은 분명히 '선한' 존재 내지는 '의로운' 존재로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가지고 있으며, 사랑을 사랑하고 미움을 미워하며, 우리가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원하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앞서의 관점 - 하나님을 선악의 구분 너머의 존재로 보는 관점 - 을 우리는 '범신론, Pantheism'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이해하는 대로라면 프로이센 사람인 위대한 철학자 헤겔, G. W. Friedrich Hegel과 힌두교도들이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다른 관점을 가진 이들은 유대인과 회교도와 그리스도인입니다. 
하나님을 바라보는 범신론과 그리스도인의 관점 사이에는 이런 큰 차이 외에 한 가지 차이가 더 있습니다. 
대개 범신론자는 인간이 제 몸을 움직이듯이 우주를 움직이는 존재가 바로 하나님이라고 믿습니다. 
즉, 우주 자체를 하나님과 거의 동일시하면서, 우주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하나님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우주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나님의 일부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개념은 전혀 다릅니다. 그들은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듯이 하나님이 우주를 창안하고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화가와 그림은 별개의 존재이기 때문에 그림이 파괴되어도 화가는 죽지 않습니다. 
"화가가 그림 속에 자신을 쏟아 부었다" 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그 그림의 아름다움과 감흥이 모두 화가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뜻에 지나지 않습니다. 
화가의 기교는 원래 그의 머리에 있는 것으로서 간혹 "그 손에 있다" 고 표현할 수는 있어도 "그 그림에 있다" 고 말 할 수는 없습니다. 
범신론과 기독교의 이 차이가 앞서 말한 차이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아주 진지하게 구별하지 않는 한, 세상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나님의 일부라고 말하게 되기 쉽습니다. 
물론 세상의 어떤 것들은 정말 악하고 하나님은 정말 선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없지요. 
여러분은 하나님이 세상과 구별된 존재이며, 세상의 어떤 것들은 그의 뜻을 거스르고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범신론자는 암이나 빈민가를 보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신적인 관점에서 보기만 한다면, 이런 것들 역시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텐데." 그러면 그리스도인은 이렇게 응수할 것입니다. 
"저주받을 헛소리 그만 해요." 
기독교는 전투적인 종교입니다. 
기독교는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셨다고 믿습니다. 
공간과 시간, 열과 추위, 색깔과 맛, 모든 식물과 동물은 마치 인간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듯이 하나님이 '머릿속에서 생각해 내신' 것들입니다. 
또한 기독교는 하나님이 만드신 이 세상에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잘못되어 버렸으며,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것들을 다시 바로잡을 것을 명하신다고, 그것도 아주 큰 소리로 명하신다고 믿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질문 하나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선하신 하나님이 만든 세상이 왜 잘못되었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저는 이 질문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답변에 여러 해 동안 귀를 막아 왔습니다. 
그 당시에는 당신들이 무슨 말을 하든, 또 아무리 교묘한 논증을 제시하든 간에 세상은 어떤 지적인 힘이 만든 것이 아니라고 보는편이 훨씬 간단하고 쉽지 않은가? 
당신들의 모든 논증은 이 명백한 사실을 피해 가려는 복잡한 시도에 불과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저를 다른 곤경에 몰아넣었습니다. 
하나님을 반대하는 저의 논거는 세상이 너무나 잔인하고 불의하다는 데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정의니 불의니 하는 개념을 어떻게 갖게된 것일까요? 
만일 인간에게 직선의 개념이 없다면 굽은 선이라는 개념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상을 불의하다고 판단할 때 저는 이 우주를 무엇에 비교하고 있는 것입니까? 
눈에 보이는 것이 하나부터 열까지 악하고 무의미하기만 하다면, 그 일부인 제가 어떻게 거기에 대해 그토록 격렬하게 반발할 수 있습니까?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축축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가 수중 동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고기는 축축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물론 '정의에 대한 나의 개념은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치부하며 그 개념 자체를 포기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하나님을 반대하는 저의 논거 역시 무너지고 맙니다. 
하나님을 반대하는 저의 논거는 '어쩌다 보니 세상이 나의 취향에 거슬린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은 정말 불의하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 달리 말하자면 실재 전체의 무의미함을 증명하려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실재의 한 부분 - 
즉, 정의에 대한 나의 개념- 만큼은 전적으로 의미 있다는 가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신론은 너무나 단순한 것임이 드러났습니다. 
우주 전체에 정말 아무 의미가 없다면 우주에 의미가 없다는 그 생각 자체를 아예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주에 빛이 없고 따라서 눈을 가진 생물도 없다면 우주가 어둡다는 사실 자체를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믿는가?
그 경우에 어둡다는 말은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할 것입니다.

 

https://youtu.be/FPVpTZtXTns